국회 정상화했지만…추경-특검 곳곳에 숨은 '악마의 디테일'

추경시간표 빠듯…졸속심사 우려

특검 규모·기간·대상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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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 시작 알리는 정세균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파행 42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의 문을 열었지만, 처리 과정 중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후속 절차 이행 중 합의 사항 곳곳에서 잡음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국회는 15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오는 18일 동시 처리하기로 한 추가경정예산안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별검사 법안 등을 두고 여야는 이날 상당한 이견을 보였다.

◆빠듯한 추경 시간표…'졸속 심사' 우려나와

추경 처리를 주로 맡게 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단과 범진보 정당에서 추경안 '18일 처리'를 이달 말인 28일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행사가 예정된 데다가, 추경 심사를 하기엔 4일이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법 84조에 따르면,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 △각 상임위 예산안 예비심사 △예결소위원회 검토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정책 질의 및 심사) △본회의 등의 순을 거쳐 처리된다. 해당 절차를 정식으로 밟으면 최소 2주가 걸리며, 이날 당장 추경안 심사를 시작하기엔 준비가 안됐다는 게 '18일 처리'를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 의원들의 심사 기초자료인 각 상임위 전문위원들의 심사보고서는 물론 국회 예산정책처 추경안 심사보고서 역시 이날 오후까지 배포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흘 만에 처리된 적이 없다. 국회법 절차를 거치기 위해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장 원내대표는 "산자위가 이번 추경의 핵심 위원회인데 의원들이 지방선거로 모두 지방에 있기 때문에 간사회의 소집도 못 하고 있다. 추경 심사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 주말을 꽉 채워 21일까지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42일간 국회를 파행시켜 식물국회로 만들더니 고작 합의한 것이 5·18 38주년 기념일에 맞춰 국회를 열어 특검법과 추경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검법과 추경안을 18일 처리하기로 한 여야의 합의안은 광주와 5·18을 무시한 합의이자 국회 심의권을 포기한 합의로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예결위 간사단에서도 졸속 심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백재현 예결위원장은 예결위 간사단 회의에서 "18일 처리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 역시 "국민 혈세를 허투루 섣불리 심사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18일이라는)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예산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일단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18일 추경안 처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상황이 추경도, 특검도 급하기 때문에 밤을 새워서라도 해서 절차를 최대한 지키면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특검법'도 디테일 논란…특검 규모·수사 기간 등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 역시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하다. 특검법의 명칭과 특검의 임명 방식 등은 합의했지만, 규모와 수사 기간 등 '디테일'에서 이견이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의장 주재 회동에서 세부 사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들에게 일임한다는 입장만 확인했다. 홍 원내대표는 회동 후 "(특검법 세부사항은) 어제 합의한 대로 법사위에 넘어가서 얘길 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특검법의 명칭을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결정했다.

특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의 후보를 선정하고, 야 3당 교섭단체가 합의해 이 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한다.

특검의 △수사 기간 △수사 인력 △언론 브리핑 여부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여야는 이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2012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을 언급하며 "그런 전례들을 보고 크게 벗어나지 않게 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곡동 사저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2명의 특검보와 30명의 특별수사관을 둘 수 있다. 수사 준비 기간은 10일이며 이후 30일 이내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사과정에 대한 언론브리핑은 명시돼 있지 않다.

반면 야권이 발의한 드루킹 특검법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을 준용하고 있다. 특검은 4명의 특검보와 40명 이내의 특별수사관을 임명할 수 있다. 수사 준비기간은 20일이며 이후 90일 이내에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도 할 수 있다. 특검 규모는 내곡동 사저 특검의 2배에 가깝고, 수사 기간은 3배에 이른다.

수사 대상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검법의 명칭이나 대상에서 ‘김경수’, ‘대통령’ 등은 빠졌지만 야권은 여전히 "드루킹 댓글 조작에 관련된 사람 어느 누구도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