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해하는 수준 법 필요"…'레몬법' 등 BMW 사태 해법 논의 활발

  • 'BMW 사태로 본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개선 토론회'서 전문가들 논의
  • 명확한 자동차 결함기준,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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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30 19:40
수정 : 2018-08-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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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BMW 사태로 본 '자동차 교환ㆍ환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조사의 자료제공 없이 정부의 시스템만으로도 자동차 부품결함에 대한 조사가 가능해야 한다.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의 모든 면을 뜯어서 법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할 만큼 정교하고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주최한 'BMW 사태로 본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BMW 차량 폭발 사고로 자동차 제조결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관련 입법논의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교수는 “이번 사태는 사건의 피해자인 BMW 소비자들이 정부의 행정명령(운행정지명령), 주요기관·쇼핑몰·주거공간(아파트 주차장) 등 공공장소 진입금지, 중고차가격 폭락 등 모든 피해를 떠안았다"면서 "반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BMW사는 정부 자료조사에 협조하는 불편함 정도밖에 겪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결함의 피해를 소비자가 모두 감수하는 한국 제도의 부실과 무능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자동차 관련 입법에서 ‘하자’와 ‘결함’의 개념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현행 입법에서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바로 '하자'와 '결함'의 '혼용'"이라며 "하자는 흠집과 고장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결함은 안전성과 관련이 있는 '위험한 하자'로 봐야 한다"며 개념상 혼동을 막기 위해 양자의 정의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일명 '레몬법'과 관련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레몬법은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제조사가 교환, 환불, 보상을 해주는 미국의 강력한 소비자보호법을 말한다. 레몬이 겉은 노랗게 맛있어 보이지만 먹을수 없을 정도로 시기 때문에, 미국에서 레몬은 '하자 있는 상품'을 뜻한다.

국토부는 내년 1월부터 한국형 ‘레몬법’을 시행하는 내용으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신차 구매 후 1년 내(2만㎞ 주행) 반복적인 하자가 발생할 경우(중대한 하자 2회, 일반하자 3회 후 하자 재발 시)차량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가 하자차량 소유자에게 인도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발견된 하자는 인도된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중대한 하자 범위에는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 및 제동장치·주행·연료공급장치·주행관련 전기 및 전자장치 등이 포함되며, 교환 및 환불여부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가 판단한다.

오 교수는 "소비자보호법제에 해당하는 레몬법을 행정 목적의 입법에다 삽입하는 것은 법체제의 통일성과 입법의 균형을 무시한 처사"라며 "자동차의 영역에 한정해 입법하기보다 독립된 개별법으로 입법해 자동차 결함의 경우 이 법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안전제도 개선 내용도 '사후약방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 강화, 결함은폐·늑장리콜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대책으로 내세웠는데 이는 모두 사후대처를 위한 정책"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실효성 강화에 앞서 손해의 발생 방지가 선행되야 하며, 결함은폐나 리콜지연이 불가능하도록 행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BMW 피해자들의 공동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성승환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도 참석했다. 성 변호사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에서 보면 레몬법을 자동차관리법제에 넣어 원포인트 개정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 취지에 적합하다”며 “BMW사태를 리딩케이스로 삼아 우리 사회가 차량 화재의 심각성을 깨닫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BMW 피해와 관련해 공동소송을 개시할 때, 초반에는 1700여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는데 실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은 326명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공동소송 자체가 비용이 발생하고, 시간과 노력을 장기간 투자함에도 돌아오는 보상은 작기 때문에 절대 소비자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미국식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차량이 터지면서 피해자들이 겪었던 공포, 생명의 위험 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자동차 가격 보상 문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BMW의 늑장대처로 추가적인 손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징벌적 손해배상제 부진정소급입법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레몬법'에 대해서도 “자동차에는 3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고, 이 부품들 가운데 중요하지 않은 부품은 한 가지도 없을 텐데 레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하자와 일반 하자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차량 교환 및 환불의 요건이 달라지는데도 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은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분쟁해결이나 중재 제도에 있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법으로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잘 해결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자동차 부품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레몬법이 자동차관리냐 소비자보호법제에 해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법, 도로법, 하천법처럼 자동차관리법도 '자동차법'으로 바꿔 자동차관련 사항을 다루는 종합법률로써 기능하도록 하면 해결될 것 같다"고 설명 한 뒤 "특히 BMW사태를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이 둘은 패키지로 들어와야 시너지가 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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