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건강기능식품 광고 사전심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헌재, 8년 전과 달리 '사전심의'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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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을 종종 섭취하는 편이다. 강골 체질이 아니다보니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강도 높은 업무를 무리 없이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품’이 아닌 ‘식품’이라 거부감이 적다. 여기에 최근에 십여년을 함께 했던 비염이 완화되었는데, 꾸준히 복용한 어느 나무 껍질 덕을 보았다고 믿고 있어 건강보조식품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법이 정의하는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한 식품을 말한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실상 많은 사람들은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인식하기도 하고 그 효능을 과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인에 편승하여 간혹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인양 광고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들어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는 이에 휩쓸려 오남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는 건강기능식품제조업을 허가제로 운영하는 한편, 기능성, 안정성 검증 절차를 운영하는 등 관리·감독에 엄격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건강기능식품의 표시·광고에도 관여하여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위반시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나 형사처벌도 가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과장 광고를 예방하는 방법론이다. 지난 3월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자율심의제’를 도입하고 2019.3.14.부터 그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간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는 사전에 식약처장의 광고 심의를 득하도록 하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광고시 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구 방식이 위헌임을 확인한 판결을 내렸는바 구 제도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2. 건강기능식품 광고와 표현의 자유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다. 광고도 사상⋅지식⋅정보 등을 불특정다수인에게 전파하는 것으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호를 받는 대상이 되며 상업적 광고표현 또한 보호 대상이 된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의 광고 또한 표현의 자유 영역 내에 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매우 강력하게 보호되는데 헌법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사전검열을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는 입장인데 현행 헌법이 과거 1962년 헌법과 같이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위하여 검열을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따라서 사전검열은 법률에 의하더라도 불가능하고 그러한 법률은 위헌이다.

3.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 검열의 의미

여기서 말하는 ‘검열’이란 무엇일까? 그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모든 형태의 사전 규제가 아닌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를 의미한다. 이렇듯 헌법이 정의하는 사전검열에는 과거 집권자들이 반대세력의 목소리를 저지·탄압하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던 역사가 담겨 있다.

4. 구 심의제도의 문제점

건강기능식품의 광고를 사전 심의하는 기구는 민간단체인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다. 행정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동 기구는 건강기능식품법에 의해 식약처장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표시⋅광고 심의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심의 위원을 위촉함에 있어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식약처장은 위원이 해촉할 수 있는 등 심의기구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심의기준, 방법, 절차를 식약처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어 심의 내용, 절차에도 관여한다. 결국, 실질은 심의주체가 행정기관인 것이다.

여기에 건강기능식품법은 누구든지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허가받지 않은 의사표현을 금지하면서,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한 경우, 영업허가를 취소⋅정지하거나, 영업소의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즉, 사전심의절차를 관철하기 위한 강제수단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현행 건강기능식품법상 사전 광고 심의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라고 보아 건강기능식품법상 사전 심의 관련 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5. 나가며

8년 전 건강기능식품법의 사전 광고 심의에 대해 헌재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2006헌바75사건). 요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의무를 지는 입법자는 양자간의 균형을 기하는 차원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사전심의절차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국민들이 입을 수 있는 신체·건강상의 피해가 크고 광범위한 반면에 사후 제재 등만으로는 실효성이 없으므로 사전심의는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금번 헌재 판결에서도 유사한 반대의견이 있었다.

8년이 흐른 지금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홍보 플랫폼은 광고주체와 홍보수단을 다변화시켰다. 소비자는 수동적으로 광고에 의존하여 제품을 소비하기보다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반응한다. 파워블로거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르는 세상이다. 사회가 변하면 구성원의 가치관과 합의도 변하는 법, 규제방식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사전 심의가 폐지된다고 하여 건강기능식품의 광고에 대한 내용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사후 감시가 더 강화되고 기존에 소비자가 접하지 못했던 광고문구들이 떠돌며 소비자와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이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