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10대 신도 ‘그루밍 성폭력’…최소 26명 피해

  • “10년간 성추행·성폭행 당했다” 폭로…경찰 내사 착수
  • 피해 당시 만13세 미만일 경우 합의된 성관계라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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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07 18:15
수정 : 2018-11-0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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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목사에게 수년간 ‘그루밍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했다.” 최근 인천 한 교회 신자들이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 의사를 밝힌 만큼 조만간 해당 목사와 피해자 조사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인천 부평구 S교회 신자 4명이 지난 6일 저녁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은 모자와 옷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신자들은 “교회 목사에게 수년간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S교회 담임목사 아들인 김모 목사가 전도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중고등부·청년부 신도를 대상으로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추산하는 피해자는 최소 26명에 달한다.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심리를 지배한 뒤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길들이는 것을 말한다. 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성적 학대를 계속하면서 폭로를 막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애정을 빙자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는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실제 피해자들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였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스승과 제자를 뛰어넘는 사이니 괜찮다’라거나 ‘사랑한다’, ’결혼하자’라고 말하며 피해자들을 길들였다. 피해자들은 김 목사와 연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 성범죄를 당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늦게 그루밍 성폭력임을 깨닫고 지난 1년간 김 목사에게 수차례 잘못을 뉘우치고 목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전했다. 오히려 피해자들을 이단으로 내몰고, 협박이나 회유를 하기도 했다. 일부 신자는 ’너희도 같이 사랑하지 않았느냐’라는 말로 2차 피해를 줬다. 

피해자들은 이날 “더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님 이름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나왔다”면서 김 목사 부자의 목사직 사임과 공개 사과, 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했다. 현재 김 목사는 이름을 바꾸고 필리핀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S교회 김모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11월 6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알려지자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김 목사 처벌 청원글에는 지금까지 9000여명이 동의 의사를 밝히며 참여했다. 

경찰은 7일 내사에 들어갔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성폭력이나 강제추행은 친고죄가 폐지돼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더라도 수사할 수 있다”면서 “내사에 착수해 피해자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일 때 그루밍 성폭력을 당했지만 피해 당시 나이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305조는 만 13세 미만인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가진 경우 합의된 성관계라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 아동과 청소년이 성적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만 13세 이상일 때는 동의 아래 성관계를 맺으면 처벌할 수 없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도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일 때만 적용된다.

수년 전 발생한 성폭력은 입증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안진우 법률사무소 다오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는 미성년자 때 있던 사건을 성인이 된 뒤 폭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범죄 사실 입증이 시간 경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아동복지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을 적용할 경우엔 김 목사에게 실형이 내려질 수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만 18세 미만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음란 행위를 시키거나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14세 여중생과 성관계를 가진 40대 성인에게 이 법을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는 위치·지위를 이용한 위계 또는 힘을 이용한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지난 8월 전주지방법원은 취업을 미끼로 고등학생 제자를 성추행한 교사에 대해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경찰도 이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피해자 나이와 위계·위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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