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나종민 "바라봄이 찍는 사진은 '영리한 비영리' 입니다"

  • 비영리단체과 상생하는 '윈윈(Win-Win) 모델' 구축
  • 사진유랑단 활동...‘현장인화’와 ‘액자제작’으로 추억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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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6 17:25
수정 : 2018-12-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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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민 바라봄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영리 단체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비영리단체는 영리기업처럼, 영리기업은 비영리단체처럼...”

나종민 ‘바라봄’ 대표(55)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리단체가 수익사업에만 충실하지 말고 비영리단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비영리단체는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수익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 ‘영리한 비영리’ 선순환 구조 시작

국내 1호 장애인 비영리 민간단체 ‘바라봄’의 나 대표는 최근 ‘영리한 비영리’에 방점을 찍었다. 바라봄이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비영리단체에 높은 수준의 사진과 영상을 제공해 해당 단체 후원과 모금에 도움을 주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한다는 생각이다. 나 대표는 이것이 바로 바라봄과 비영리 고객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나 대표는 “예전에 비영리단체들은 내부 직원들이 사진을 찍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해 품질이 좋을 리가 없었다”면서 “좋은 사진으로 기관 경쟁력이 강화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윈-윈(Win-Win)”이라고 했다.

지난해 바라봄은 차상위계층 어린이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란 단체 사진‧영상 촬영을 맡았다. 함께걷는아이들은 어려운 아이들이 음악을 만나 자존감 회복을 돕고 공모사업과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단체다.

나 대표는 “우리가 함께걷는아이들에 제공한 사진·영상 콘텐츠가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결국 후원이 늘어나고 단체가 하고자 하는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라봄은 일반적 비영리단체와 수익구조가 다르다. 일반 비영리단체는 정부 지원·후원 비율이 80%이고 나머지가 수익사업을 통해 마련되는 데 바라봄은 반대다. 지난해 바라봄은 매출 3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정기 후원 6000만원에 대기업과 함께한 사회공헌사업 8000여만원, 나머지는 유료촬영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다.

나 대표는 “바라봄은 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안 된다. 사회적 기업 모델에 가깝다”면서 “후원보다는 수익사업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들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움 나타내며 “우리는 수익을 내서 호주머니를 채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전 모델을 만들어 더욱 유익한 활동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생각은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세상에 진 빚, 빛으로 돌려주다)에도 나와 있다. 그는 지난 2일 작성한 ‘재미와 돈’이란 제목의 글에서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사진을 찍는다. 가치 있는 일은 재미있고 사진 찍는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 바라봄을 운영할 돈을 지급하면 찍는다. 그런데 재미도 없고 돈도 안 주면서 가치 있는 일이니 찍으라 한다. 그 가치는 당신가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유랑단·열린사진관…'1+1'로 구현한 바라봄 정신

바라봄이 진행하고 있는 공익프로젝트를 보면 남녀노소‧각계각층에 대한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본적으로 바라봄은 ‘1+1’이란 개념으로 사진관 운영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 일반 가족이 바라봄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사회취약계층의 가족사진을 무료로 후원할 수 있다. 일반기업 행사에서 발생한 수익은 비영리단체 행사 촬영에 쓰인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수사진이나 장애인 가족사진을 찍는 ‘사진유랑단’도 있다. 전국 장애인시설을 찾아다닌 사진유랑단은 지난 2015년부터는 캄보디아·미얀마·네팔·중국 옌볜 등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나 대표는 사진유랑단에 대해 “서울에선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바라봄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지방은 바라봄 같은 곳이 없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사진을 제공해주자는 생각에서 사진유랑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유랑단은 일반 사진봉사도 차별된다. ‘현장인화’와 ‘액자제작’에 비밀이 있다. 보통 사진을 찍고 한 달 혹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본인이 찍은 사진을 택배로 받는지만, 바라봄은 촬영 장소에 직접 출력기기를 가지고 가 바로 인화해준다. 아울러 장수사진의 경우 촬영한 사진을 어르신과 함께 고르고 컴퓨터로 옮겨 보정에 들어간다. 

나 대표는 “성형을 마친 사진은 프린터를 통해 인화되고 예쁜 액자에 담겨 한 번 더 변신한다”고 했다. 즐거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수사진을 찍은 현장에선 달라진 사진을 돌려보며 서로 비교하곤 한다. ‘시집가도 되겠네’라는 한 할머니 말씀에 경로당이 웃음바다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신의 한 수’”라며 “사진은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찍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굳이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는 ‘우리에겐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선물 같은 하루가 될거야’란 생각에서 ‘무지개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에 한 가정을 선정해 한 끼 음식을 제공하고 가족사진을 선물한다. 2016년부터는 주거개선 서비스까지 제공해 집안 환경까지 관리해주고 있다.

바라봄은 2016년 4월부터는 ‘열린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취업준비생에게 정장을 빌려주고 5000원에 사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나 대표는 “일반적으로 취업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10만원이 넘는다”며 “지역 미용실과 협약을 맺어 헤어스타일링 비용도 1만원에 제공한다. 공짜라면 문제가 생겨서 최소 비용은 받는다”고 설명했다. 바라봄을 거쳐간 취업준비생은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다.

◆ 기업과 함께 소외이웃 지원 사회공헌

교육지원사업도 바라봄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바라봄은 사진교실을 열어 DSLR 카메라 사용자를 위해 초급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적인 카메라 용어부터 조작 방법, 출사까지 8주에 걸쳐 진행된다. 접근가능한 수강료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수강료 일부는 바라봄 공익프로젝트를 위해 사용된다.

비영리기관 홍보 담당자와 사회복지사를 위한 사진교육 프로그램인 ‘NPO(민간비영리단체)사진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홍보를 위한 사진 촬영기술과 함께 전문가를 초빙해 사진윤리와 보도자료 활용 강의를 진행한다”며 “사진을 활용해 비영리기관이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사진전도 열고 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은 사진전은 ‘나도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더 많은 사람과 사진을 나누자는 의미로 출발했다.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후원자들 상금으로 운영된다.

기업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는 바라봄의 주요 수익원이기도 하다. 기업 사회공헌은 SH공사·포스코 1% 나눔재단·카카오-비영리IT지원센터·LG유플러스·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CJ 사진봉사단 등과 함께한다.

나 대표는 “바라봄과 인연을 맺은 기업들은 바라봄 사진관과 함께하는 사진작가들에게 사진교육을 받고 사진촬영 봉사활동을 진행한다”며 “기업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에게 사진으로 소중한 추억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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