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불공정 재판, 담당법관 바꿀 수 있을까

기피사유 폭넓게 인정한 판례

대법원 2019. 1. 4.자 2018스563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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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사법농단’이라고 명명된 일련의 검찰수사가 매일 신문지상에 등장하고 있다. ‘사법피해자’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실 법원·검찰청 앞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와 현수막 등을 통해서 ‘사법피해자’”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사법피해자는 사법(司法), 즉 불공정한 재판을 통해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불공정한 수사절차 내지 검찰권의 남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상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어 피해가 발생하였다면 민·형사 소송을 통하여 해결해야 할 것인데, 도리어 소송절차 내지 재판절차를 통하여 피해를 입게 된 경우에는 이를 구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법피해가 발생한 경우 ① 아직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당해사건의 법관을 기피(忌避) 신청하는 등의 방법이 있고, ② 이미 사법절차가 종결되었다면 새로운 증거를 가지고 재심(再審) 재판을 청구하거나, 별도의 손해배상 내지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상 기피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과거사위원회 등 별도의 행정기관을 통한 공권적 확인작용을 거친 경우가 아닌 한 재심재판이 개시되는 것 또한 드물다. 국가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나 직접 사건을 처리한 판사나 검사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또한 사법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반인으로서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오늘 소개할 판결은 법관의 기피제도에 관한 대법원의 2018스563 결정이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 사이의 이혼사건의 항소심에서 발생한 기피 이슈(issue)가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2. 사건의 개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전 고문은 1심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나자 항소를 제기하였고, 위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에게 배당되었다. 그런데 강민구 부장판사가 부산지방법원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 사이에 총 13건의 문자 메시지를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

위 이혼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부부간 재산분할의 점이고, 그 대상에는 경영권과 연결되는 주식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삼성그룹 수뇌부와의 부적절한 문자는 재판의 공정정이 의심될만한 사유라고 판단한 임 전 고문측은 기피신청을 하였고, 서울고법에서 기각 결정을 받자, 민사소송법 제47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에 즉시항고(卽時抗告)를 한 것이다.

3. 민사소송법상 법관의 기피제도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재판의 적정과 공정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관의 자격을 법률로 정하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하는 한편,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민사소송법은 법관 등이 자기가 담당하는 구체적 사건과 인적·물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 그 사건의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는 제도로서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두고 있다.

제척은 법률이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직무를 행사할 수 없는 제도이다. 기피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을 때 ‘재판’에 의하여 직무집행을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회피는 법관 ‘스스로’ 직무를 집행하지 않는 제도이다. 따라서 기피의 재판은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에 관한 형성적 재판에 해당한다.

확립된 판례는,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당사자의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관한 당사자의 불만, 소송당사자 일방이 재판장의 변경에 따라 소송대리인을 교체한 것(대법원 1992. 12. 30.자 92마783 결정), 법관이 다른 당사자 사이의 동일한 내용의 다른 사건에서 당사자에게 불리한 법률적 의견을 표시한 것(대법원 1993. 6. 22.자 93재누97 결정) 등은 기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4. 대법원의 태도(2018스563)

대법원의 이번 2018스563 결정도 당사자의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기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동일하나, 종래 법관중심의 태도에서 탈피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평가하여 기피사유가 존재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를 말한다"고 밝히면서, "기피신청 대상 법관과 장 전 차장과의 관계 등에 비춰 보면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며, "그러한 의심은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장충기와 강민구 부장판사와의 관계, 사건 당사자인 이부진씨가 삼성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일반인의 시각에서 재판이 불공정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수 있고 그 의심은 합리적"이라면서 "원심이 이를 간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시하면서 원심결정(기피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을 파기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기피신청을 인정한 사례가 거의 없어서 사문화(死文化) 되었다고 여겨진 법관 기피제도를 소생시킨 것으로 그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

5. 기피제도의 활용

기피사유가 있음을 알게 된 이상 지체 없이 기피신청을 하여야 한다. 당사자가 법관을 기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였다면 기피신청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민사소송법 제43조 제2항). 이 경우 기피신청은 당사자만이 할 수 있고 소송대리인은 그 고유의 권한으로 기피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피의 신청은 구두로 할 수 있으나(제116조), 신청일로부터 3일 이내에 기피의 이유와 소명방법을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한다(제44조 제2항). 따라서 소송 진행 중 기피제도를 활용하고 싶다면 즉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기피 또한 별개의 재판이므로 인지대와 송달료를 납부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기피신청에 대하여 각하결정(제45조 제1항)을 하거나 기각결정(제46조 제1항)을 받았다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제47조 제2항). 따라서 그 결정을 고지 받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제444조).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신청에 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본안소송절차를 정지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제48조 본문). 그러나 변론종결 후에 기피신청을 하였다면 이를 무시하고 종국판결을 선고할 수 있고(제48조 단서), 위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39553 판결).


6. 결론

헌법에서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고,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게 되면,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사법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최근 사법제도에 관한 불신이 팽배해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 법원 앞 가로등 사이마다 실명과 사진이 직접 게시된 현수막이 매우 많아졌다.

그동안 법원은 기피사유를 매우 좁게 해석하여 왔고, 불공정성에 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당사자의 이유 제시는 단지 주관적 의혹일 뿐이라고 치부하여 왔다. 법관의 주관적 양심에 기초한 자의적 결정은 객관적 양심이라고 자부하고, 불공정성에 관한 당사자의 객관적 의심은 도리어 주관적 의혹일 뿐이라고 일축하였던 것이다.

특히 소액사건의 경우 변호사의 조력 없이 진행하는 나홀로 소송이 많은데, 직권주의적인 요소가 가미될수록 불공정성의 대한 의심은 커져갈 수밖에 없다. 이는 검사의 기소/불기소 결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통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회복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한다.
 

[사진=유인호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