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국가적 재난에 대하여

이제는 수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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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최근 발생한 강원도 산불로 인하여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입었다. 당장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백명의 이재민들이 발생하였고, 완벽하게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백년의 시간이 필요한 산림들의 피해까지 단순히 산술적인 수치로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천만다행으로 국가적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이번 산불이 예상과 달리 조기에 진화된 것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듯 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지휘에 맞춰 전국에서 달려온 수많은 소방관들과 관련 공무원들 그리고 자발적으로 나서준 국민들 있었기에 더 큰 피해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산불이 진화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이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므로 예방만큼 대응방법과 수습과정이 중요하다. 이번 산불에 대한 대응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잘 이루어졌으므로 이제는 수습이다. 즉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과 화마에 휩쓸린 산림을 복원하고, 산불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재난이 발생하면 단편적인 지원은 많으나 체계적인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장 포항지진의 경우에도 초반에는 이런저런 지원들이 있었으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이재민들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실질적인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산불로 인한 이재민들에 대하여 공공기관 연수원 등에 수용 후 임시거주지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거주지가 과거처럼 단순히 잠을 청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며, 실질적으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불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까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고성군의 한 전신주 개폐기 주변에서 발생한 불꽃으로 인하여 발화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전신주의 관리책임자인 한전은 내구연한이 30년인 개폐기는 2006년 제작·설치되었으며, 공기가 없는 진공절연개폐기이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자신들의 설비나 관리가 부실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한 발화라는 것이다.

한전의 이러한 주장은 발화의 원인이 자신의 관리책임인 개폐기일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 보상과 감당하기 어려운 후속조치가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전의 지난 행적들을 돌이켜보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배전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에 한전은 일정 규모이상 장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는 전기공사업체를 협력업체로 선정하여 배전설비를 관리해오고 있다. 그런데 한전은 작년에 배전설비 정비예산을 약 4200억원을 삭감하였다고 한다. 유지·보수는 매년 편차가 크게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갑자기 배전설비 정비예산을 약 4200억을 줄인다는 것은 협력업체들에게 정상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주지 않겠다는 것 또는 보수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업무지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보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윤병동 교수가 개폐기가 고장나면 인근 변전소에서 100분의 1초 내 전력공급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한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이 개발되어도 지금까지 한전의 행동을 보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배전설비를 유지·보수하기위해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기존 예산도 삭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추가비용을 들여가며 신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설비를 설치하겠냐는 것이다.

이번 산불이 한전의 책임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재난은 산불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이번사건의 해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의 예방과 수습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와 관련기관들이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지도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법무법인 폴라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