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압류 집행은 복불복?…'말 한마디'에 결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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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30 03:00
수정 : 2021-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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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 A씨는 채무를 변제받고자 채무자 B씨가 사는 주민등록초본상 주소지에 있는 가구·가전제품 등 유체동산 압류를 시도했다. 집행 위임을 받은 집행관은 채무자 주소지에서 B씨를 만났다. B씨는 집행관에게 "딸 집이고, 여기서 방 한칸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행관은 B씨가 알려준 방만 수색한 결과 재산이 될 만한 물건이 없다고 판단하고 돌아갔다. 집행불능이 된 것이다.

#채권자 C씨는 채무자 D씨가 사는 곳으로 추측되는 아파트 내 가구와 가전제품 등에 대한 압류를 시도했다. 이 아파트는 D씨 아들 소유였다. 압류 집행관은 이곳에서 C씨를 만났다. 그는 집행관에게 "여기에 거주하지 않고, 이곳 모든 물품은 자녀 소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행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파트 전체에 대해 압류를 집행했다.

우리 민사집행법 제189조 제1항은 '집행관은 실체상의 귀속관계에 대해 조사할 권한을 가지지 않아 채무자가 점유하고 있는 물건이라면 그것이 진실로 채무자의 소유인지에 대해 묻지 않고 압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집행관이 모든 유체동산을 압류하거나 불능 처리할 수 있다.

즉, 집행실무가 확립되지 않아 어떤 집행관을 만나고, 어떻게 진술하는지에 따라 유체동산 압류 결과가 달라진다.

법원에 호소해도 집행관 집행을 문제 삼는 재판부는 거의 없다. 실제 A씨는 채무자의 주민등록초본상 주소이고, B씨가 실제로 해당 아파트에 살면서 가구나 가전제품을 쓴 게 분명하다면서 집행관 집행불능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기타집행 3-1계는 "채무자가 방을 제외한 거실이나 주방을 점유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두 번째 사례는 초본상 주소가 아니었지만 집행관 방문 때 채무자가 아파트에 있었다는 이유로 유체동산 압류집행이 이뤄졌다.

채권자라면 압류를 잘해주는 집행관을 만나 본인 채권을 보전하고 싶어 한다. 채무자는 '방 한 칸에만 거주하고, 거실이나 주방은 사용·수익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돌아가는 집행관을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법원에서 정한 집행실무가 없다 보니 집행관 재량으로 부정과 부패가 싹을 틔울 수 있어서다.

신뢰 받는 사법부가 되려면 구체적인 예규 등을 통해 통일되고 이해할 만한 절차를 확립하고, 일관성 있게 압류를 집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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