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 패턴 가방’ 프리마클라쎄 상표분쟁을 통해 본 상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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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가방 브랜드 프리마클라쎄(1A CLASSE)는 양피지에 그린 듯한 세계지도 무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4년 전 쯤 한국에서도 세계지도 무늬의 비슷한 브랜드가 나타났다. 국내의 중소기업이 만든 브랜드로 이 또한 프리마클라쎄(PRIMA CLASSE)로 읽힌다. 해당 국내 브랜드는 양피지에 빛바랜 세계지도가 그려진 외양과 가방끈의 배식 등이 이탈리아 브랜드 ‘1A CLASSE’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브랜드 표기법이 다르다는 것. 양 브랜드는 한국어로 프리마클라쎄로 읽히지만 제품에 새겨진 로고는 ‘1A’와 ‘PRIMA’로 사용되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었다. 국내 상표의 프리마클라쎄(PRIMA CLASSE)는 상표등록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사건은 이탈리아 브랜드 프리마클라쎄(1A CLASSE)의 제조사인 알비에로 마티니 S.p.A.가 국내 업체를 상대로 국내 상표 등록 무효소송 및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시작되었다.

알비에로 마티니 S.p.A는 법률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선임하면서 국내 제조사의 PRIMA CLASSE에 대하여 자신의 상표의 신용 및 명성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할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 및 등록된 상표라면서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착각을 일으키게 하여 상품의 출처의 오인, 혼동을 초래하는 수요자 기만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지리적 표시 등록단체표장 제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제7조 제1항 7호) △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제7조 제1항 11호) △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지리적 표시 제외)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알비에로 마티니 S.p.A 측은 국내 등록 상표가 이와 같은 이유로 무효라는 것이다.

이 사건 재판에서 외국어로 구성된 상표 호칭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양피지의 빛바랜 세계지도를 상표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특히 문제가 되었다.

우선 알비에로 마티니 S.p.A 측은 국내 상표권자에 대해 상표권침해금지 등 가처분을 신청하여 국내 상표권자가 해당 상품을 제조, 판매, 반호, 수입, 수출을 하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받는 등 상당 부분 가처분 신청을 받아내었다.

그러나 가처분과 달리 본안에 해당하는 등록상표 무효 소송의 1심인 특허심판원에서의 판단은 달랐다.

특허심판원은 알비에로 마티니의 선사용 상표는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상표와 표장이 유사하지 않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심결에서 알비에로 마티니 S.p.A의 상표와 국내 등록 상표는 △ 외관 및 칭호가 다르며 관념 역시 동일‧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어 유사하지 않은 상표라는 점 △ 원고의 상표가 특정인의 출처를 표시하느 상표라고 인식될 정도로 알려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았을 때에 국내 등록 상표가 등록 무효인 상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원고 측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인 특허법원은 원심과 반대로 판단하면서 △ 국내 등록상표는 그 출원 당시 국내에서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었고 △ 상표의 호칭에서도 동일·유사한 상품에 해당하다는 점을 살펴 볼때에 원고 브랜드의 이미지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부정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를 들어 원심판결을 취소했다.

이에 국내 등록상표 업체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긴 법정 공방 끝에 알비에로 마티니 S.p.A 측은 승소했다.

이 사건의 승소를 이끈 주역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민정 변호사 팀이다. 박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특허법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 지식재산권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변호사는 “외국어 상표 호칭에 대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유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 계기”라면서 “향후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유연한 법원의 판단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들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민정 변호사[사진=김앤장 법률사무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