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 코너] 상가, 생활숙박시설 그리고 지식산업센터 분양의 지독한 연결고리

  • 건설부동산 분야 │ 부종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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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18 08:00
수정 : 2024-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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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식 법무법인 라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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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금으로부터 약15년 전,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집합건물’이라는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동대문 시장에 있는 어떤 상가의 분양사기 사건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상행위 경험이 전혀 없는 교사 출신인 어떤 분이 '상가를 분양받으면 상인인 임차인을 유치해 줄테니 그러면 매월 1-200만원의 월세가 나온다'는 분양 광고에 넘어가 노후대책으로 상가를 하나 분양 받았다가 수개월째 공실로 월세는커녕 상가 분양을 위한 대출이자 감당이 어려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있었고, 그 유족의 의뢰를 받아 민·형사 사건을 맡으면서 집합건물분쟁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상가분양팀의 말만 믿고 신축 상가의 점포를 분양 받았는데 상가 준공 후 분양팀은 사라지고, 상인유치에 무능한 상가운영팀이 들어와 관리권을 장악하면서 상가 개별 점포는 공실인데 임대료도 못 받는 수분양자에게 관리비까지 꼬박꼬박 물리니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공실 폭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떨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십수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런 유사한 현상이 한때는 생활숙박시설 또는 분양형(수익형) 호텔 분양으로, 그리고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필자가 이 분야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직접 경험하게 됐다.

보통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을 받아 비교적 적은 돈으로 상행위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 상가 점포 한 칸을 분양받고, 호텔경영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호텔 방 한 칸을 분양받고, 제조업이나 정보산업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는다? 이게 상식적으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실제 분양팀의 광고를 보면 이만한 노후대책이나 투자처가 없을 정도로 ‘혹’하는 광고가 많아, 생각 외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분양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이후 상가, 호텔 등 분양 물건을 팔고 난 시행사나 분양팀은 상가 등 분양 건물 임차인 유치에 나몰라라 하고 책임감 없이 떠나버리면 수분양자는 망연자실하거나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구책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이미 언급한대로 이쪽 분야(상가, 호텔, 지식산업센터)에 경험이 없는 터라 자구책마저 녹녹치 않아 절망하거나 오히려 다급히 매물로 내놓으려는 경우가 많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아랑곳 없이 시행사가 위탁한 관리회사는 공실임에도 불구하고 수분양자들에게 관리비를 물리고, 가뜩이나 공실로 고통받고 있는데 관리비까지 청구하는 행태에 분노한 수분양자들은 관리단을 구성해 대표를 뽑고, 관리회사를 새로 선정해 관리비를 최대한 절감하려는 노력을 하려는 찰나, 관리용역의 이권을 노리고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받기 위해 수분양자들에 접촉해 관리비 문제, 건물하자 문제, 관리회사 용역비 문제 등의 각종 문제를 제기하면서 접근하는 소위 ‘오피스텔 헌터’들이 들어와 건물을 관리권 싸움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면서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 많은 사고 현장이 된 건물에 임차인 유치는 더욱 요원해져 결국 악순환이 계속되고 만다.

비록 상가,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로 그 형태는 바뀌어 왔지만 마치 고리에 연결돼 있는 것처럼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위,과장광고로 수분양자들을 현혹시킨 시행사나 분양팀 잘못일까, 무경험으로 선 듯 투자한 수분양자들 잘못일까, 분양받기 위한 대출을 일으킨 금융사 또는 시중은행의 잘못일까? 

필자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아래와 같은 방법이 그나마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 상가,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에 대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운영주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투자, 분양팀이나 부동산중개업소가 임차인을 구해오는 구조에만 의존하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그러한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고 본다. 

둘째, 분양팀의 호객행위에 쉽게 현혹돼서는 안된다. '노후보장', '평생 수익 보장', '나만의 호텔을 갖는다', '확실한 투자처' 등 감언이설로 투자를 권유하더라도 이러한 분양팀이 이후 임차인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분양팀은 해당 현장에서의 분양이 끝나면 그 현장을 떠나 사라지고 만다. 

셋째, 금융사 또는 시중은행에서는 중도금 및 잔금 등 대출의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수분양자의 자기자본(에쿼티)을 최대한 확보한 상태에서 대출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설사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수분양자의 이자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해야 한다. 이자 장사를 위해 마구잡이 대출은 지양해야하고, 이것은 국가의 통제도 필요로 한다.

넷째, 소지자보호원이나 법원에서 시행사 또는 분양팀의 허위,과장광고의 인정에 대해 엄격해서는 안되고 이를 쉽게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함으로써 수분양자들이 쉽게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잘못된 분양에서 속히 벗어나게 해줄 필요가 있다.

다섯째, 신탁사에게도 관리비를 부담하도록 할 법제정이 필요하다. 현행 판례는 시행사가 미분양 물건을 신탁사에 신탁한 경우, 신탁사는 관리비 납부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신탁원부의 대항력’이라는 이유인데, 신탁원부에 관리비는 신탁사가 아닌 시행사가 납부하기로 돼 있고, 이러한 신탁원부가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으므로 신탁사에는 관리비 납부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 때문에 악의적인 시행사가 미분양물건에 대한 관리비를 미지급하고, 그러한 관리비를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이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아 매우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신탁사에 관리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판례를 기다리는 것보다 조속히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신탁사도 부실한 시행사를 거르는 자체 정화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여섯째, 관할관청이 건축인허가 단계에서 상가, 생활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에 대한 분양 수요를 예측해서 우후죽순으로 건물이 생겨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물건, 공실의 속출은 수요예측을 고려하지 않고 건물만 지어 올린 측면이 크다. 시행사야 분양하고 나면 끝이겠지만 공실을 떠안은 수분양자들은 이후 건물이 노후화될 때까지 절망적인 고통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싶은 해결책은 더욱 많으나 지면의 한계로 위와 같은 일응의 해결책을 일부 제시해 보았다. 물론 위 해결책만으로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강구해봐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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