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前 기자, 취재 윤리 어겼어도 강요미수 '무죄'

  • 法 "한동훈 검사장 녹취록, 제보자 X 요청에 따른 것···지씨 요구로 피해자 협박 상식과 법리 반해"
  • 法 "'제보 안하면 죽는다' 표현 거칠지만 제보하면 형기 줄어든다는 뜻으로 봐야"
  • 지난해 5월 이 전 기자 해고했던 채널A, 노조에서 "무죄 환영, 정상적 취재" 성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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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16 20:02
수정 : 2021-07-1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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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채널a기자.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을 받으며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를 받았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선고 전 이 전 기자가 취재 윤리를 위반해 우리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한 전 검사장과의 대화로 추정되는) 녹취록을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대리인에게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이 전 기자가) 검찰과 연결됐다 믿게 한 자료라고 해도 지씨의 요구에 따라 만든 것"이라며 법리적으로 강요미수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감옥으로 보낸 서신의 내용, 일명 '제보자X'인 이 전 대표 대리인 지모 씨를 세 차례 만나 한 말 등을 종합했을 때 강요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요죄는 '폭행·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 했을 때 성립한다. 협박은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형법 제324조는 강요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미수범은 형이 감경되지만, ▲범행 주도 ▲반복 범행 ▲범행 동기 ▲강요 정도 ▲다중의 위력 행사 여부 등 가중 요소가 있을 경우 실형에 처할 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 형법상 강요에 해당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지 않았고,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보를 제공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다'고 했을 뿐 무겁게 처벌될 것이라고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판결 중 이 전 기자가 지씨와 두 번째로 만났던 지난해 3월 6일 상황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으로 추정되는 검찰 인사와 통화한 녹취록을 지씨에게 보여주며 "다 털어놓으면 조금은 나을 거에요, 몇 명이나 걸리는지 유시민이 포함돼 있는지 정도만"이라고 말한 것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전 기자가)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있다는 증거, (이 전 대표를) 선처해줄 수 있다는 자료를 요구하며 '자료가 없으면 원하는 취재 정보를 줄 수 없다'는 지씨의 요구에 이 전 기자가 급히 녹취록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녹취록이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이 검찰과 연결된 것으로 믿게 할 자료라고 하더라도, 이는 지씨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선처를 약속하며 한 행동일 뿐 '해악을 고지'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강요미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이 전 기자의 언동을 '유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지 않으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피해자와 가족을 중하게 처벌하게 하겠다'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확장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피해자의 대리인인 지씨의 요구로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 돼 상식과 법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기자가 지씨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이 전 대표가)제보를 안 하면 죽는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서 재판부는 "표현이 거칠기는 하나 유 이사장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더 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기보다, 신라젠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표의 형기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보를 하면 (형기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했다.

판결을 맺기 전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다. 특종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압박하고 취재 정보를 얻으려 했다"며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으로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이 전 기자의 행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언론의 자유는 최후의 보루로서 형벌로 단죄하는 건 엄격해야 한다"며 "판결이 피고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님을 명심하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약자를 보호하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이 전 기자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판결 이후 채널A 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채널A지회는 성명을 통해 "이 전 기자의 1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상적인 취재였다. 검언유착은 애초에 없었다"고 전했다. 채널A는 지난해 6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전 기자를 해고했고, 이에 대해 이 전 기자와 채널A 사이의 '해고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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