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레이더] ‘정액 테러’가 재물손괴죄?

  • 법적 근거 미비, 성범죄 아냐
  •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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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19 20:47
수정 : 2021-12-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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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피고인 A씨는 2021년 4월쯤 울산의 한 주차장에서 그곳에 주차돼 있던 이웃 주민 B씨 소유의 자동차 운전석 손잡이에 자신의 정액을 묻혔다. B씨는 A씨의 정액테러 음란행위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운행이 어려워 신차 구입 3개월 만에 자동차를 처분했다.
 
12월 14일 B씨는 A씨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2021년 2월 차량을 2000만원에 구입했는데 A의 불법행위로 인해 같은 해 5월 1300만원에 처분했다"며 700만원을 물어내라고 했다.
 
B씨는 민사 소송 제기에 앞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당연히 성범죄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형사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 항목에 위자료도 넣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성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A씨를 재물손괴죄로만 기소했다. 정액테러 음란행위가 성범죄임은 명백하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B씨는 성범죄 피해를 입었음에도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죄로밖에 처벌할 수 없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처럼 타인의 소유물에 정액을 묻히거나 담그는 '정액테러' 음란행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성범죄로 인정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자 국회에서 입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직접적인 신체접촉 없이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종 성범죄의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음란행위에 강제추행 등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 행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즉 가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등 직접적인 위해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음란행위는 강제추행으로 인정되지만, 소유물 등 물건이 대상인 경우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이성만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직접 또는 기타 수단으로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상대방의 직장, 주거 등 다양한 일상적 공간까지 보호하도록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백혜련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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