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건 적체는 사법신뢰와 직결"

  • 장기 미제 사건 적체 갈수록 심각
  • 늘어나는 소송 건수 재판부 숫자 못 따라가
  • 법관 증원, 재판부 증설 등 다양한 해법 시도
info
입력 : 2022-01-24 11:00
수정 : 2022-01-24 11:00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사진=대법원]

법원의 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재판부 증설, 법관 증원, 상고 제도 개선 등 여러 방면에서 해법이 모색 중이다.
 
최근 대법원은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과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개정을 통해 민사 1심 단독재판부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민사소송 1심에서 단독재판부가 처리하는 관할 범위를 소가 5억원까 지 늘리는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일은 오는 3월 1일이다. 이를 통해 민사 합의부 32개를 줄이고 민사 단독재판부 65개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단독재판 확대에 대한 보완수단으로 소가 2억원 초과 고액단독사건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담당하고,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해 합의부에서 심판받기를 원하는 경우 재정결정부에 의무적으로 회부하도록 했다.
 
대법원의 이번 단독재판부 증설 추진 배경은 법관 증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사건 적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가 사상 최악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가 지난해 10월 말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나쁜 ‘12.8’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제분포지수는 법원이 심리 중인 미제사건의 분포 현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오래된 장기 미제사건 비율이 높을수록 낮은 수치를 보인다.
 
문제는 미제분포지수 악화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추락세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인 2010년 12월 말 전국 법원 민사 합의부 1심 미제분포지수는 66.4였다. 이후 2015년 34로 악화된 이후 2016년 41.2로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2017년 40, 2018년 36.4, 2019년 34.8로 추락했다. 2020년에는 낙폭이 더 커져 23.3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8을 기록했다.
 
법원도 다방면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곧 사건 적체가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단독재판부 증설 추진에 대해서도 법원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대법원은 현실적으로 1심 단독 관할 확대가 재판의 질과 신속성을 담보할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재판의 객관성이나 적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단독재판부 증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난해 11월에는 판사 정원을 1,000명 늘리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탄희, 최기상 의원은 현재 3,214명의 판사 정원을 4,214명으로 증원하는 판사증원법을 공동 대표발의했다. 재판 부실화와 지연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고, 일선 판사들도 과도한 업무량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게 배경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 적체 해소를 위해 판사증원법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법관들의 기득권을 고려했을 때 과연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상고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계속 중이다. 높은 상고율로 대법원 사건 적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고 상고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자주 눈에 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 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그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사건 적체에 대한 경고음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법원의 사건 적체는 국민의 사법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