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세 차례 위헌 결정...감형 사례 이어지나

  • 윤창호법 위헌 결정…완전 효력 상실
  • 윤창호법 위헌, 징역 1년 2개월에서 10개월로 감형
  • 징역 8년형…윤창호법 위헌에도 유지돼
  • 처벌 공백…보완 입법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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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9-27 17:53
수정 : 2022-09-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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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하는 경찰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올해 8월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지난 8월 31일 헌재는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의 처벌 대상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작년 11월과 올해 5월에 이은 세 번째 결정이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금지한 도로교통법 조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이나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하는 가중처벌 규정이다.
 
해당 법안은 2018년 만취 운전자의 차에 치인 윤창호씨(당시 22세)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헌재는 지난해 11월 이 조항을 두고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첫 번째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가중처벌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음주운전 재범 행위 사이에 시간적인 제한이 없고, 과거의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과일 필요도 없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올해 5월과 최종적인 헌재의 위헌 결정 역시 기본적으로 지난해 11월과 동일한 논리다. 그런데도 여러 차례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윤창호법’으로 처벌되는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의 가중처벌 상황을 경우에 따라 나눠보면 △2회 이상 음주운전 △2회 이상 음주측정 거부 △음주운전·음주측정 거부 혼합 등 세 가지다. 2020년에는 이 조항의 내용은 그대로 둔 채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제외한다'는 내용을 삽입하는 개정이 이뤄져 '구법'(2018년 제정돼 2020년 개정되기 전의 법)과 '신법'(2020년 개정 후의 법)으로도 나뉘게 됐다.
 
작년 11월 ‘구법’ 중 ‘2회 이상 음주운전’ 부분으로 처벌된 사람들의 헌법소원을 심리해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올해 5월과 이날을 거쳐 ‘구법’과 ‘신법’의 모든 처벌 경우의 수로 위헌 범위를 확대했다.
 
아주로앤피는 윤창호법 위헌 판결 이후 상황에 대해 살펴봤다.
 

[사진=연합뉴스]

◆윤창호법 시행 후 감형 사례도 있어
음주운전 전과 3범인 40대가 일명 윤창호법 위헌 결정 이후 진행된 재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지난 23일 창원지법 형사6단독 차동경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 대해 최근 열린 재심 공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원심에서 감형된 것이다. A씨는 원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보호관찰 1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 및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받은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11시 50분께 김해 시내에서 약 100m 구간을 운전해 정차해 있던 중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요구받았지만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A씨 차량이 역주행한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음주측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음주운전으로 2009년 벌금 70만원, 2011년 벌금 200만원, 2015년 벌금 500만원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지난 1월 말 원심 재판부는 A씨의 음주운전 전과를 근거로 윤창호법을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은 올해 초 확정됐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리자 A씨는 지난 6월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헌재는 문제가 된 조항이 과거 위반행위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에게도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며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도···징역 8년형
윤창호법 위헌 결정이 내려졌으나 형량이 줄어들지 않은 사건도 있다.
 
지난 6월 9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3)의 재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김씨는 2020년 11월 6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에서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를 몰다가 보행자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씨(曾以琳)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김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79%로 취한 상태였고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도로에서 시속 80.4㎞로 차를 몰았던 데다 정지 신호도 무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더 높은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김씨가 2012년과 2017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이는 2심에서도 유지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심 판결 이후 이른바 ‘윤창호법’이 과잉 처벌이라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김씨의 판결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으로 다시 열린 2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때문에 형량이 파기환송 전보다 다소 감경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재판부는 파기환송 전 1, 2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으나 대법원 역시 징역 8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만 상고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에 환송한 경우 환송 후 원심 법원은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상 파기된 환송 전 원심판결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이지, 동일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 [사진=유대길 기자]

◆윤창호법 위헌···보완 입법 요구 이어져
헌법재판소의 윤창호법 위헌 결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대해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공백을 지적하며 보완 입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자칫 음주운전 처벌이 완화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도록 조속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완전히 상실한 ‘윤창호법’의 가중처벌 규정 대신 일반 처벌 규정을 적용해 음주운전을 엄단할 방침이다.
 
지난 2일 대검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지시사항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냈다.
 
대검은 “가중처벌 규정이 위헌 결정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기본 규정으로 기소하되 가중 사유를 양형에 적극 반영해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효력이 살아있는 현행 도로교통법 일반 규정은 운전면허 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윤창호법’의 양형과 같은 ‘2~5년 징역이나 1000만~2000만원 벌금’이 적용된다. 음주측정 거부 행위에는 1~5년의 징역형이나 500만~200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검찰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 ‘윤창호법’ 적용 사건은 공소장에 적힌 죄명을 도로교통법 일반 규정으로 바꾸되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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