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로컬-법·이슈] 사망 교통사고 운전자의 '무죄' 이유

  • 어두운 길, 검은색 옷 입은 무단횡단 사망 사고
  • 갑자기 골목길 뛰어나온 어린이 사망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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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18 16:53
수정 : 2023-05-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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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사진=픽사베이]

우리 법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면 형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처벌의 특례) ①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교통사고가 형법으로 이어지는 건 교통사고를 ‘중대한 과실’로 여긴다는 의미다. 과실(過失)의 사전적 의미, 즉 ‘부주의나 태만 따위에서 비롯된 잘못이나 허물’ 그대로다.
 
흔히 말하는 전방주시 의무 태만 등은 법률적 용어는 아니다.
 
최근 법원이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의 ‘과실’로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세버스 운전기사 A(5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가 뜨기 전인 새벽에 어두운 옷을 입은 노인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했더라도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A씨는 2021년 11월 25일 오전 6시 14분쯤 인천광역시 중구 한 도로에서 전세버스를 몰다가 횡단보도에서 B(78)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무단횡단을 하다가 버스에 치여 숨졌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해뜨기 전 어두운 상황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무단횡단하는 B씨를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골목길에 주차돼 있는 차량 사이에서 뛰어나온 네 살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40대 운전자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재외동포 C(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4월 10일 낮 12시 58분쯤 인천 부평구 한 골목길에서 약 시속 14㎞ 속도로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가 D(4)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인 골목길은 음식점 앞 이면도로로 양쪽에는 주차된 차량이 늘어서 있었고 A씨는 시속 14㎞로 서행 중이었다.

사망한 D군은 주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왔고 차량에 깔렸다.

D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분 만에 외상성 머리 손상으로 숨졌다.

검찰은 "C씨가 이면도로에서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냈고 브레이크도 빨리 밟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사고 당시 상황 분석을 도로교통공단 인천시지부에 의뢰했다.

공단측은 "시속 14㎞로 운전할 때 사람을 발견한 뒤 곧바로 정지할 수 있는 거리는 4.9m인데, C씨가 D군을 인지할 수 있었던 위치로부터 실제 충돌 위치까지가 약 3m여서 급제동을 했더라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라는 분석 보고서를 냈다.

공단측은 또 운전자가 차량을 급제동했더라도 충돌은 피할 수 없었겠지만, 바퀴로 밟고 지나가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로교통공단 측 분석은 C씨가 D군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때를 전제한 결과인데, C씨가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의 직접 사인으로 '외상성 머리 손상'이라는 내용의 사망진단서만 증거로 제출됐다"며 "이 증거만으로는 C씨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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