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호사 시대 '성큼'…리걸테크 어디까지 왔나

  • '1세대 임영익'에서 '판결검색 이진'·'번역 문성현'까지 '활발'
  • "판결문 공개 안 되면 발전 어려워…해외선 공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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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7 17:14
수정 : 2024-03-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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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콘 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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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과 함께 법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서비스인 '리걸테크(legaltech)'의 잠재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법률시장에서도 리걸테크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변호사들이 송무·자문 등 정통적인 변호사 업무에서 벗어나 리걸테크 창업에 뛰어드는 등 직접 법조 AI시대를 이끌고 있다.

27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대표적인 리걸테크 1세대 개척자로 꼽히는 사람은 미국 퍼듀대 연구원 출신인 임영익 변호사(연수원 41기)다. 그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법률 AI 시스템을 개발한 AI 전문기업인 '인텔리콘 연구소'를 설립했다. 인텔리콘은 아시아 최초로 생성형 AI와 법률인공지능을 결합한 법률GPT(LawGPT), AI 법령정보검색엔진 유렉스(U-LEX), AI 계약서자동분석 솔루션 알파로(Alpha-Law), 스마트워크 솔루션 도큐브레인(DocuBrain) 등을 개발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 법률에 특화된 언어모델(sLLM)인 ‘코알라(KOALLA: Korean Adaptive Legal Language AI)’를 개발했다.

판결 검색 서비스를 제공해 법조계에서 큰 호응을 얻은 기업도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이진 변호사(38기)는 2019년 판례 검색 서비스 업체 '엘박스'를 설립했다. 엘박스는 총 330만 건에 달하는 판례를 보유하고 있다. 엘박스에 따르면 국내 전체 변호사 3만5000명 중 절반이 엘박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수행한 변호사를 검색해주는 '엘파인드(Lfind)'도 선보였다.

법무법인 율촌 출신 문성현 외국변호사(미국 뉴욕주)는 2017년 법률, 특허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AI 번역 엔진을 제공하는 기업인 '베링랩'을 공동설립했다. 베링랩이 출시한 '베링 AI플러스' 서비스는 AI 엔진이 초벌 번역 후 변호사가 검수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베링랩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주요 7개 국어를 제공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미국 'CES 2024'에 참여했다. 

현직 로펌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리걸테크 기업도 있다. 인공지능 기반 전자계약 플랫폼인 '코메이크'의 조원희 공동대표는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대표변호사이기도 하다. 코메이크는 인공지능 솔루션이 적용돼 법률 지식이 부족해도 쉽게 계약서 작성과 검토를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AI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이 리걸테크 첨병으로 나섰지만 판결문 공개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을 활용한 AI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변호사들이 리걸테크 첨병으로 나섰지만, 판결문 공개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리걸테크 창업에 뛰어드는 변호사들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국내 리걸테크 시장의 크기는 해외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5년간 리걸테크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 19억6000만 달러(약 2조2171억원), 영국 1억15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투자는 1200만 달러(약 135억원)에 그쳤다. 리걸테크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되는 판결문 공개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판결문 공개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법조계 'IT 길잡이'로 불리는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외국에서는 성폭행 사건이나 가사, 이혼 같은 지극히 사적이고 민감한 사건 외에는 거의 다 실명으로 공개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원칙적으로 판결문을 실명 공개하고, 사건 당사자가 비용을 납입하고 가명을 신청하면 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익명 처리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공개가 안되면 '원료' 자체가 공급이 안 되는 상황과 마찬가지"라면서 "기존 법률 데이터베이스 검색 산업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법조 AI 자체가 학습할 데이터가 없어 종합적인 AI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판결문이 공개될 수 있도록 입법부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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