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분야 코너] 대주주가 투자자 관계·잔존주식 처분 '두 마리 토끼' 잡고 싶다면?

김재헌 변호사 JHK 법률사무소 입력 2024-05-06 12:13 수정 2024-05-06 17:17
  • 국제 분야 │ 김재헌 JHK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해외투자자가 한국 회사 대주주로부터 대주주 지분을 매수하는 거래를 진행할 때 대주주 지분의 100%를 매수하지 않고 일부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식인수금액을 최소화하고 싶거나, 대주주가 일정 기간 회사에 남아서 회사의 경영을 도와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주주와 투자자는 서로간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한 주주간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을 체결하게 된다. 

주주간계약에는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잔존 주식을 향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도 포함이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Right of First Refusal(ROFR)'이다. 한국말로는 우선매수청구권 또는 우선매수권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ROFR은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주주가 제3자로부터 제안받은 양도가격 등 거래 조건을 다른 주주에게 통지하면, 다른 주주는 동일한 조건으로 해당 주식을 양수할 수 있는 우선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ROFR에 대응하는 것으로 'Right of First Offer(ROFO)'가 있는데, 이것은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주주가 주식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 제3자를 물색하기 전에 먼저 다른 주주에게 주식양도가격 등 거래 조건을 우선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권리인데, 만약 다른 주주가 이 거래조건을 거절하면 제3자에게 이보더 더 좋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는 주주간계약에 ROFR을 넣고 싶어 한다. 대주주는 ROFR이 주주간계약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표준조항이라고 생각하고, ROFR이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공평한 거래장치라고 생각해 ROFR을 투자자가 보유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대주주의 주요 관심사는 투자자의 투자금을 받는 것에 있으며, 미래의 가상상황에서 잔존주식을 어떤 절차로 매각할 것인가에 대한 복잡한 논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특히 ROFR 논리적으로 공평한 거래장치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기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을 들여다보면 ROFR 때문에 대주주의 잔존주식 처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유는 이렇다. 

일반적인 ROFR조항에서 규정하는 프로세스를 보면 대주주가 제3자로부터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으면 대주주는 제3자로부터 제안받은 주식양도가격 등 거래 조건을 투자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이 통지를 받은 투자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할 의사를 표명하면, 투자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수한 효과가 생긴다. 만약 투자자가 매수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표명하면 대주주는 비로소 이 주식을, 인수의향을 밝힌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제3자가 어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가격 등 거래조건을 제안하려면 실사(due diligence)를 거쳐야 한다. 실사작업은 로펌, 회계법인 등이 동원이 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그 뿐 아니라 제3자로서는 주식인수가 자신의 사업에 미칠 영향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고, 회사의 인력, 시간, 에너지를 들여 최적의 거래조건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게 된다. 한마디로 주식인수절차는 돈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런데, 투자자가 ROFR을 가지고 있고, 투자자가 이 권리를 행사해서 제3자 힘들게 찾아낸 가격과 거래조건으로 매수하겠다고 해 버리면 제3자로서는 그동안의 비용,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로서는 주주간계약에 ROFR조항이 있는 상태에서는 선뜻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ROFR가 공평한 거래 장치라고 생각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잔존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해 주는 장치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ROFR때문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제3자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유리한 조건으로 잔존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거나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남은 대안이 있다면 잔존주식을 주주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ROFR을 가지고 싶어할 때 이를 거절하고 ROFO와 같은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잔존주식을 좋은 조건으로 처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헌 JHK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재헌 JHK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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